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력이 시즌 초반과 확실히 달라진 느낌이다. 영국 현지에서는 앙제 포스테코글루(59) 토트넘 감독의 전술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은 최근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는 58분 만에 교체됐다. 몇 경기 동안 경기는 손흥민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확실히 전보다 날카로운 모습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주로 런던 지역의 팀을 취재하는 ‘풋볼 런던’도 이를 인정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노팅엄 포레스트와 경기에서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수비수들은 손흥민의 공격을 무효화 했다”라며 “히샬리송(26)의 부상 이후 손흥민은 중앙 공격수로 뛰고 있다. 윙어로 뛰는 것이 더 손흥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이 상대에 자주 간파당한 셈이다. 토트넘이 중원에서 좀처럼 풀어 나오지 못하자 스트라이커인 손흥민이 직접 내려와 공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골문과 멀어진 탓에 손흥민의 체력 소모는 더욱 많아졌고, 슈팅 시도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토트넘의 공격을 풀기 위해 때때로 너무 깊은 지역까지 내려왔다”라며 “뉴캐슬전에서는 공을 몇 번 잃어버리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토트넘이 이날 기록한 4실점 중 2개에 관여했다”라고 꼬집었다.
13일 뉴캐슬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는 유독 토트넘의 문제점이 쏟아진 경기였다. 손흥민의 고립뿐만 아니다. ‘풋볼 런던’은 “토트넘은 뉴캐슬에 0-4로 패한 뒤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을 위한 추진력을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 4위 경쟁자인 아스톤 빌라는 아스널(2-0)을 꺾으며 큰 기회를 잡았다”라고 알렸다.
게다가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27)은 뉴캐슬 홈팬들의 질타를 받은 데 이어 경기에서 부진한 뒤 교체됐다. ‘풋볼 런던’은 “매디슨은 토트넘 이적 전 뉴캐슬행에 연결된 바 있다”라며 “뉴캐슬 팬들은 매디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특히 매디슨이 코너킥을 시도할 때 야유는 거세졌다. 공식 경기 시간 10분을 남겨두고 교체된 매디슨은 끝까지 야유를 받았다”라고 조명했다.
시즌 초반과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3~2024시즌 시작 전 토트넘 지휘봉을 잡고 프리미어리그에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첫 10경기에서 8승 2무를 거두며 유럽 축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빅리그 첫 지휘봉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최초 부임 후 3연속 이달의 감독에 오르며 빛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는 등 아낌없는 신뢰를 보냈다. 손흥민은 이에 보답하듯 펄펄 날았다. 번리와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작렬했다. 히샬리송이 빠진 상태에서도 손흥민의 공격력은 날카로웠다. 왼쪽 윙으로 나온 마노르 솔로몬(27)은 도움 2개를 기록하며 손흥민의 파트너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솔로몬은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복귀 후 제 기량을 다시 선보일지도 미지수다.
손흥민이 굳건한 와중 핵심 선수들이 흔들렸다. 연이은 부상이 컸다. 11월 첼시전에서 부주장 매디슨과 주축 센터백 미키 판 더 펜(23)은 각각 발목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다. 두 선수 모두 현재 복귀했다고는 하나, 시즌 초반 경기력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다. 손흥민 홀로 버틴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와중에 손흥민과 동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히샬리송마저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우가 잦았다. 2022~2023시즌 안토니오 콘테(54) 감독 체제에서 부진했던 히샬리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후 확실히 폼이 올라왔다. 프리미어리그 10골을 몰아치며 손흥민의 부담을 덜었다. 주로 히샬리송이 중앙 공격수로 나오고 손흥민이 왼쪽 측면으로 빠졌다. 두 선수 모두 시너지를 내며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허나 히샬리송은 승승장구하던 찰나 또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중앙 공격수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는 손흥민뿐이다. 3옵션으로 유망주 알레호 벨리스(20)가 있었지만, 그는 현재 스페인 라리가의 세비야로 임대를 떠난 상황이다.
캡틴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손흥민은 3월에도 맹활약을 이어갔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선정한 이달의 선수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무국은 “손흥민은 총 5골에 관여했다. 프리미어리그 전체 3월 최다 공격 포인트 선두에 해당하는 기록이다”라며 “그는 크리스탈 팰리스와 홈 경기에서 득점했다. 루턴 타운을 상대로는 경기 막바지 결승골을 넣었다. 4위권 싸움 분수령이었던 아스톤 빌라와 경기에서는 1골 2도움을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손흥민은 지난 31일 루턴전 맹활약 덕분에 영국 유력지 ‘BBC’가 선정한 이주의 팀에 들기도 했다. 전 프리미어리거 가스 크룩스(66)는 손흥민을 왼쪽 공격수로 선정하며 “토트넘에서 꾸준한 선수는 손흥민뿐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없었다면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극찬을 남겼다.
그도 그럴 것이 손흥민의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면, 토트넘은 4위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승점 3 획득에 실패할 법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루턴이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41분 역습 상황에서 간결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득점 후 손흥민은 미드필더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29)와 교체됐다. 토트넘은 한 골 차 리드를 지키며 승점 3을 따냈다.
지난달 10일 빌라전에서도 빛났던 손흥민이다. ‘BBC’도 손흥민의 활약을 주목했다. 28라운드 이주의 팀에 ‘BBC’는 손흥민을 3-4-3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정했다.
토트넘과 빌라의 경기는 4위권 싸움 분수령이었다. 토트넘은 빌라 원정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 3개를 몰아치며 토트넘 승리 일등공신이 됐다.
전반전 유독 빌라에 고전했던 토트넘은 후반전 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발끝이 빛났다. 매디슨의 선제골로 앞서던 토트넘은 브레넌 존슨(22)의 추가 득점으로 승부를 두 골 차로 벌렸다. 손흥민은 절묘한 패스로 존슨의 골을 도왔다.
빌라전은 손흥민이 지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손흥민은 후반전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4호골을 작렬했다.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31)가 몸을 날렸지만 막기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손흥민은 3분 뒤 티모 베르너(27)의 골까지 도왔다.
3월 첫 경기였던 팰리스전에서도 손흥민은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이며 토트넘의 완승을 이끌었다. 히샬리송(26)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제대로 메웠다. 스트라이커로 나선 손흥민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토트넘 선봉장으로 맹활약했다.
후반 막바지에는 기어이 직접 득점까지 터트렸다. 손흥민은 팀이 2-1로 앞서던 후반 43분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존슨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먼 거리를 홀로 질주하더니 세계 정상급 마무리를 선보이며 활짝 웃었다. 손흥민의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3호골이었다.
하지만 4월 들어 토트넘은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올라가자 공격 지역에서 답답함을 드러냈다. 핵심 플레이메이커인 매디슨은 부상 탓인지 슬럼프에 빠져 무딘 패스만 시도할 뿐이었다. 측면 공격수 데얀 클루셉스키(24)도 늦은 패스 타이밍과 느린 발로 영국 현지의 비판을 받고 있다. 유망주 브레넌 존슨(22)은 아직 토트넘 핵심 공격을 맡기기는 부족한 듯하다.
그나마 겨울 이적시장에서 임대 영입한 티모 베르너(28)의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하지만 고질적인 결정력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빠른 발로 수비를 제치고도 득점으로 이어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뉴캐슬전에서도 큰 기회를 두 개 날리며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54)의 비판을 받았다.
일단 토트넘은 약 2주간의 여유가 있다. 오는 28일 아스널과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준비한다. 3일 첼시, 6일 리버풀을 연달아 만난다. 구단 자체 휴식기에 전술 수정 또는 핵심 선수들의 복귀가 프리미어리그 후반기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핵심 스트라이커 히샬리송과 수비수 페드로 포로(26)의 아스널전 출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