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뿔났다, “돈이 많으면 뭐해”…애리조나 구단주 향한 비난에 지역언론까지 가세, 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 필드는 메이저리그 야구장 가운데 시원하고 쾌적하기로 유명하다. 한 여름 섭씨 45도를 우습게 넘나드는 뜨거운 지역 날씨 때문에 실내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개폐형 돔(Dome) 스타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홈팀 애리조나와 필라델피아가 맞붙은 주말 3연전 경기에선 시원하고 쾌적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야구장에 입장한 팬들은 물론 선수들과 관계자들 모두 연신 손으로 땀을 딱기에 분주했다. 야구장 내에 에어컨이 평소처럼 시원하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한국시간) MHN스포츠가 취재를 위해 체이스 필드를 찾았을 때도 평소와 다르게 더위가 느껴졌다. 취재진과 인연이 많은 야구장 관계자들또한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거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딱아 내느라 바빴다.

익명을 요구한 체이스 필드 경비원은 “지난 15년간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클럽하우스 스태프들도 선수들의 경기준비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배트와 헬멧 등의 장비를 나르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평소처럼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야구장을 찾았던 팬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 티켓 값은 최하 25달러 정도일 만큼 비싸다. 4인 가족이 야구장에 와서 음료와 간단한 요기라도 하면 주차비 포함해서 40만원 이상은 쉽게 소비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주말 비싼 돈을 썼지만 그에 상응하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지 못했다.

지역매체인 ‘ 애리조나 센츄럴’은 ‘억만장자인 켄 켄드릭(81) 구단주는 에어컨조차 수리하지 못할 만큼 인색하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그를 맹비난했다.

매체는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경기를 즐겁게 관람하는 대신 팬들은 땀을 흘리는 더위 속에서 불쾌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내가 지난 주말 야구장에 비싼 티켓을 구입하고 입장했던 관객이라면 가만있지 않고 환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인 켄드릭 구단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데이타텔(Datatel)을 창업해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6월 기준 그의 순자산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3364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제대로 쓸 줄을 모르는 구단주 때문에 팬들은 물론 많은 체이스 필드 관계자들이 불쾌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