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유산균 음료 ‘X치니코프’는 ‘생명 연장의 꿈’이란 광고 문구로도 유명하다. 조직에서 끈질기게 잡초처럼 살아남는 사람을 두고 “X치니코프를 마셨네”라는 우스개소리를 하곤 한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X치니코프 선수 중 한명이 KBO리그 KIA 타이거즈 출신 애런 브룩스(34)다.
브룩스는 2014년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시작으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거쳐 올해 다시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국내 팬들에겐 2020년과 2021년에 KIA에서 뛴 에이스로 각인 돼있다.
브룩스는 2020년 23경기서 11승4패 평균자책점 2.50, 2021년 13경기서 3승5패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했다. 2020시즌 막판에는 가족의 교통사고로 일찌감치 미국에 돌아갔지만, 2021시즌에는 대마초 성분이 담긴 담배를 반입하다 적발돼 KIA에서 그대로 쫓겨났다.
그런 브룩스는 이후 줄기차게 미국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간다. 2022년과 올해는 세인트루이스, 오클랜드와 마이너계약을 맺은 뒤 메이저리그 진입까지 성공했다. 반면 2023시즌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마이너계약을 맺었으나 끝내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했다.
올 시즌 오클랜드에선, 두 번째 메이저리그 진입이다. 올 시즌 줄곧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에서 박효준과 한솥밥을 먹다 5월16일자로 처음으로 메이저리그를 밟았다. 지난 3일 지명양도, 5일 라스베이가스 이관을 거쳐 24일자로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
사실 트리플A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올 시즌 10경기서 2승7패 평균자책점 4.30이다. 메이저리그에선 5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5.06. 그래도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구원등판, 5이닝 4피안타 2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발투수 루이스 메디나가 3이닝 4실점하자 1-4로 뒤진 4회말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떠난 에인절스 타선은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다. 브룩스는 90마일대 초반의 패스트볼을 시작으로, 이닝을 거듭할수록 점점 스피드를 올렸다. 8회 미키 모니악에게 95.5마일 포심을 뿌렸다.
오클랜드의 1-5 패배. 오클랜드로선 이미 승부가 기운 경기서 불펜 소모를 많이 하고 싶지 않았다. 브룩스는 스윙맨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의미가 있었다. 트리플A에서 꾸준히 선발 등판하면서 몸 상태는 상당히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스태미너가 좋은 투수이고, 변화구 구사능력도 좋은 투수다.
오클랜드는 트리플A에서 맹활약 중인 박효준을 좀처럼 메이저리그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미래 전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브룩스를 두 차례나 콜업해 가능성을 내다본다. 브룩스로선 어쨌든 기회다. 메이저리그에서 뭔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려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